아시아의 뉴욕이라 부르는 상해를 여행할 때면 꼭 맛봐야 할 요리가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상하이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상해 특산 요리가 바로 상하이 따자시에(上海 大閘蟹) 라 부르는 상해 털게 요리다. 상하이를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로 살이 차오르는 늦가을부터가 제철이다. 중국 정부 보호 차원에서의 포획금지 전인 초봄까지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에 하나다.
상하이뿐 아니라 중국 장쑤성을 여행하게 된다면 꼭 맛봐야 할 상하이 털게 요리, 그중에서도 장쑤성 양청호의 따자시에(털게)를 가장 높게 쳐 준다. 천연 호수인 양청호에서 자라는 민물 털게는 제철인 9월에서 11월 사이에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맛이 어찌나 고소한지 가을철이 전어 맛을 그리워하듯, 상하이 털게 맛을 못 잊어 이 시즌이면 꼭 중국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 등을 여행할 정도다.
우리나라로 치면 꽃게찜 같은 요리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식감과 특유의 단맛, 극강의 고소함을 내는 별미 중에 별미로 중국의 좋은 술과 함께 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상해 게는 일반적으로 쪄서 먹는 요리법이 가장 유명하다. 산 게를 짚으로 묶어 3-5분만 쪄내는데, 검푸른 등 껍데기는 찜과 동시에 그 색이 호박색으로 바뀐다. 중국의 수많은 요리법 중에 상해 게만큼은 단순한 조리법으로 고유의 맛을 그대로 느끼고 있다.
상해 게에 곁들여 먹는 소스는 생강을 잘게 썰어 넣은 흑초 하나면 족하다. 상해 게에 생각을 넣은 소스를 곁들이는 이유는 비릿함을 없애기 위함도 있지만, 중국요리에 스며든 음양의 조화 때문이기도 하다. 음의 성질인 상해 게를 먹으면 체온이 떨어져 양의 기운인 생강으로 체온을 높여준다고 한다. 생강보다는 몸을 데워 줄 따뜻한 바이주 한 잔이 더 좋을 수 있겠다.
중국 상하이 근교, 장쑤성과 저장성을 여행하다 보면 다양한 상해 게 요리를 만날 수 있다. 단순한 조리법에서 넘어서 다양한 소스를 곁드린 요리로 진화하기도 했다. 이 요리는 장쑤성 근교의 유명 식당에서 맛봤는데, 카레소스를 더해서 마치 싱가포르 크랩처럼 요리를 했다. 고소한 상해 털게의 맛 위에 이국적인 향이 더해진 요리.
상하이 따자시에는 향긋한 국화주(紹興酒)와 곁들여야 제격이라 한다. 고소한 듯 느끼한 상해 게의 맛 뒤에 소홍주의 단맛과 깊은 맛이 감돌아 오래오래 입안에 맛과 향이 남기 때문이다. 한번 맛보면 헤어나지 못하는 상해 게의 매력, 상해 게를 먹은 후에는 항저우 용정차로 손에 묻은 기름기와 더러움을 씻어내면 비누로도 가시지 않는 게의 강력한 비릿함을 간단히 없앨 수 있다고 한다.
베이징에 가면 마라롱샤를 먹어주고, 상하이에서는 상하이 따자시에를 맛본다. 거대한 대륙은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미식의 장이지만 그중에서도 제철 상해 게의 매력은 참으로 강력하다.
좋은 술과 제철 상하이 털게에 반해 가을과 겨울 사이 늘 상해 여행을 계획하곤 했다. 상해 게는 가격대가 높아서 상해 근교 저장성과 장쑤성의 따뜻한 지역에서 저렴하게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나라 꽃게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샛노란 알들은 극강의 고소함을 자랑한다. 중국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지만 이맘때, 알이 꽉 찬 상하이 따자시에만큼은 꼭 맛봐야 할 먹거리 중 으뜸!
꼭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제철에는 길거리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상해 털게, 길거리의 아침 식당에서 만난 상해 털게 알로 만든 샤오롱빠오 또한 내가 힘들이지 않고 고소함만 취할 수 있는 최고급 요리다. 단돈 15원(우리 나라 돈 3-4천 원 정도)으로 게알이 꽉 찬 샤오롱빠오 한 판을 맛볼 수 있는 동네. 아시아의 뉴욕, 상하이로 털게 먹으러 갈 날을 다시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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